☆ 건설 소식 ☆

미입주, 건설사·계약자 “속탄다 속타”

그린맨 이재희 2010. 7. 16. 11:45
시행사는 땅을 사들이고 시공사가 이곳에 건물을 지어 수요자들에게 분양한다. 이때의 토지매입비·건축비 등은 시공사 자본으로 충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액수가 큰 만큼 금융사에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같은 형태로 빌리게 된다. 분양을 실시하고 난 후, 일부 계약금·중도금이 들어오면 PF 이자 등을 납부한다. 공사가 마무리되고 계약자들이 입주 후 잔금을 치르게 되면 건설사도 마찬가지로 초기에 빌렸던 자금을 갚고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게 된다.

이것이 분양을 실시하는 건설사들의 일반적인 방식이다. 사업을 거치며 생기는 자금으로 회사를 꾸려나가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데 쓰지만 그동안은 사실상 ‘빚더미’ 속에서 생활하는, 어떻게 보면 위험한 사업이 바로 주택사업이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 건설사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주택사업을 진행해도 돈이 생기지 않고 빚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기존에 사들였던 공동주택용 토지를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해지하고 있고, 예정된 분양 일정을 뒤로 미루기 일쑤다.

여기에 미분양보다 더 심각하다는 ‘악성 미분양’인 준공후 미분양(미입주) 문제는 업계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잔금을 회수해야 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텅 빈 아파트로 인해 자금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주택사업이 주축인 일부 중견 건설사들은 이를 견디지 못해 하나둘씩 도산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 늘어만가는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에 건설사뿐 아니라 계약자들까지 신음하고 있다. 여기에 시장침체, 금리인상 등의 악재가 겹쳐 앞으로의 길은 험난해만 보인다. 정부의 대책 보완이 절실한 때다. 사진은 미입주 적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용인내 한 아파트 모습.
말 그대로 ‘악성’ 미분양

아파트를 짓기만 하면 사람들이 몰리며 호황을 누리는 옛 시절은 지나갔다. 최근 분양 시장을 보면 광교나 서울 같은 일부 인기 있는 지역을 제외하고 1순위 마감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분양 아파트가 예사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분양자들이 있는데 공사를 중단할 수는 없다. 분양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건축비용은 똑같이 들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파트가 완공되고 입주가 시작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자금이 흐르지 않으니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수가 없는 것이다.

대형건설사들도 상황은 나을게 없다. 최근 10대 건설사들의 올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연초 건설사들이 세운 연간 목표 수주액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외수주와 국내 공공공사 발주의 감소 등의 영향도 있었지만 국내 주택시장 침체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경기가 가라앉자 대부분 건설사들이 분양을 꺼려 상반기 분양 실적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미입주 물량 ‘쌓이고 쌓이네’

국토해양부의 미분양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미입주 가구수는 5월말 기준 4만9278가구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서울 및 경기, 인천 등을 제외한 지방의 미입주 물량은 약 4만4000여가구로, 전체의 90여%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수도권도 안심하긴 이르다. 경기 용인시는 1000여가구, 남양주시는 500여가구, 서울 강동구도 300여가구 등이 아직까지 ‘불 꺼진 아파트’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준공후 미분양은 준공전 미분양보다 악성으로, 현재 지방 쪽에 많이 분포됐다”며 “수요에 비해 많이 공급된 물량이 시장 침체와 맞물려 미입주가 쌓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입주 해결은 앞으로도 험난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만 약 16만여가구의 아파트가 입주할 예정이다. 분양가상한제 전에 청약을 진행했던 아파트들이 2~3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입주 시점이 다가왔다. 특히 미분양 문제가 두드러졌던 고양·용인·파주시 등에 입주 물량이 집중돼 이들 지역은 ‘미입주 폭탄’을 면키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용인, 남양주 등 난제에 ‘한숨’

버블세븐 지역 중 하나로 한때 청약 열풍이 일었던 용인시 일대는 최근 조용하다. 용인시 상현동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분양가상한제 전에 실시한 아파트들의 대량 입주가 예정돼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경기가 안 좋다보니 기존 아파트의 가격이 하락해 새 아파트와의 가격차이가 너무 많이 나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편 남양주시에서 미입주 물량을 해소 중인 B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주상복합을 전세로 전환해서 공급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으로, 문의는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실제 계약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PF 등의 부담이 심한 편이며, 구조조정·금리인상·시장침체 등의 악재가 겹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입주에 신음하는 건설사와 마찬가지로 계약자들도 근심이 한가득이다. 자신이 살게 될 단지가 입주도 완료되고 거래가 활성화돼야 집값도 오르는 등 효과가 있을 텐데, 시세차익은 커녕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떠안고 입주해야하는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다.

채무보증 이자만 수십~수백억

거래 시장이 죽자 기존 주택을 팔고 이사를 해야 하는 입주예정자들은 집이 팔리지 않아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입주가 지연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공사금액을 다 투입하고도 입주가 부진해 금액을 회수하지 못하는 건설사들은 입주가 지연될수록 채무보증에 대해 한 달에 수십~수백억원의 이자만 고스란히 날리고 있다. 건설사들이 금융사에 지는 채무보증은 PF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과 중도금 대출액에 대한 지급보증이 주를 이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공시된 GS건설의 채무보증액은 9조4936억원이고 대우건설이 8조9669억원, 현대건설 7조528억원 등 엄청난 금액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에서 2.25%로 상향조정했고 앞으로도 몇 차례의 금리 인상이 예상돼 업계에서는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거래 활성화 ‘필수’

입주자들과 건설사들의 출혈을 일으키는 미입주 문제의 해결방법에 대해 업계 관계자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거래활성화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대출규제가 완화돼야 입주자들의 기존주택이 팔려 잔금 마련이 용이해지고,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자들도 보다 쉽게 자금을 준비할 수 있어 거래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차장은 “건설사들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정부의 정책 중에서는 DTI 등 대출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며 “수요자들은 분양을 받고 싶어도 기존의 집이 팔리지 않으니 살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사들도 무분별한 분양을 줄이고 내실을 다지며 자구책을 마련해 미분양·미입주 해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부동산뱅크 장재현 책임연구원은 “건설사는 미입주를 해소하기 위해 분양가를 할인하거나 임대 전환 등의 방법을 마련하는 한편 기존 입주자들도 배려해야 한다”며 “정부도 투기위험지역이 아닌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대출, 세제 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토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지난 4월 내놓은 미분양 해소 대책이 시간이 지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낼 것”이라며 “이달 출시된 1호 미분양 펀드에 이어 이달말까지 3개가 더 출시될 예정이고 LH의 미분양 주택 매입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정부의 대책 보완에 대해서는 “지방 양도세, 취등록세 면제 등 기존 대책을 유지하며 향후 추이를 지켜보며 보완할 부분이 필요하다면 다시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라며 “지방의 미분양 문제가 심각해 수도권 쪽 세제감면 등의 계획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출처:http://www.housing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469